스무 살이라는 거울을 그대 가졌다면...
스무 살을 떠나보낸 뒤 우리는
언제 스무 살이었느냐는 듯 살아간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스무 살,
옷은 촌스러웠지만 얼굴엔 빛이 있었다는 걸.
신간 에세이집 <나의 스무 살 거울엔 잃어버린 네가 산다>는 대입이라는 하나의 길 앞에서 전혀 다른 자기만의 길을 선택한 어느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등학교 시기부터 스무 살을 통과, 뮤지션의 꿈을 찾아 떠나고 방황하는 이십 대 초중반까지를 그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저자는 당시의 경험들을 틈틈이 적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그리고 20년이 흐르고......
이제 마흔에 이른 저자는 우연히 스무 해 전 그 글들을 발견한다.
그렇게, 첫 번째 스물과 두 번째 스물의 재회가 이루어진다.
그 결과는, 오늘의 가장 소중함이라고 하는 새 발견이었다.
저자의 말 :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사진부에 가입했습니다.
모임 첫날, 신입생들은 앞에 나와 자기소개를 해야 했습니다.
차례가 왔는데, 나를 소개할 말이 없어 가만히 선 채로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이후로, 나는 누구인가? 내가 바라는 삶은 어떤 삶인가? 등의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내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준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나는 음악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하지만 입시라는 장벽은 음악보다 국영수사과를 더 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남이 정해준 길에서 성공하는 편보다
내가 선택한 길에서 실패하는 편이 더 큰 성공이 될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때부터 나름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개시했습니다.
시험 전날만 되면 밤을 새우고 학교에 간 것입니다.
시험지가 아니라 답안지만 보고 시험을 끝내기로 한 것입니다.
수능 전날에도 후배들과 밤을 새우고 시험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투쟁한 끝에, 내가 꿈꾸고 바라는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길을 쟁취하게 됩니다.
그 길을 가면서 겪는 이야기들을 틈틈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친구들은 거기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꿈을 따라가는 걸음이 지치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였습니다.
그때가 스무 살, 첫 번째 스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나는 마흔이라는 두 번째 스물을 맞았습니다.
이즈음 우연히 첫 번째 스물 적에 적어 놓았던 글들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스물이 살며 잃어버렸던 열정과 순수가 첫 번째 스물에는 풍부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첫 번째 스물과 재회하자 오늘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경험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을 기획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따라서 본서에는 첫 번째 스물과 두 번째 스물의 흔적이 교차하여 나타나면서 독자에게 폭넓은 삶의 의미를 전달할 것입니다.
스무 살을 이미 떠나보내었다고 해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한때는 꿈 많은 스무 살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에게 어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오늘을 가장 소중한 날로 만들어줍니다.
차례 :
prologue
1. 꼴찌의 꿈 #1
2. 꼴찌의 꿈 #2
3.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옳다는 걸 믿어
4. 그러나 없어지면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5. 꼴찌의 꿈 #3
6. 정말 힘든 순간에서 천사가 마중을 나와
7. 낮은 곳에도 꿈만 있다면 빛이 비추고
8. 1의 해충이 99층 공든 탑을 무너뜨릴 때
9. 어떠한 스무 살에서 어떠한 어른이 나오나
10. 네가 무엇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이든 간에
11. 뜻대로 되지 않고 또 안 되기를 계속하여도
12. Re: 가고 싶지 않은 길을 왜 자꾸 가고 있는지
13. 혼자만의 꿈은 있어도 혼자만 하는 꿈은 없어
14. 자나 깨나 헛소리
15. 열심히 산다는 거 그 자체로 성공일까요
16. musician 아들에게
17. Hi... we are a blues band
18. 아빠는 못 한 거 네가 잘 해다오
19. 장소는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20. Re: 장소는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21. 생활이라는 인생 과목
22. 스무 살에 늦은 것이 있다고 한다면
23. 영하 도에 눈까지 내려도 네 길을 가라
24. Re: 자전거와 텐트, 기타 그리고 유럽
25. Re: Re: 자전거와 텐트, 기타 그리고 유럽
26. 꼴찌의 꿈 #4
27. 나의 스무 살이 너의 스무 살에게
epilogue
스승님의 추천사
부록 #1 : 스무 살을 위한 20대의 꿈 사용설명서
부록 #2 : 30대에게 건네는 작은, 마음의 손짓
본문 보기 :
*
어느 나이가 특별하지 않겠느냐마는,
스무 살은 특별히 특별한 나이다.
스무 살에는 말과 행동 모든 것이 어설펐다.
옛 사진을 꺼내어 보면 옷차림부터 촌스럽다.
하지만 얼굴에는 빛이 있던 때였다.
성취나 소유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이라는 그 빛만으로 시선을 끌던 때였다.
인생에 있어 스무 살은,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빛나는 순간들 가운데 하나다.
옷보다 얼굴이 아름다웠던 것만 아니라,
마음의 순수와 태도의 소박함에서도 훌륭함 있었다.
서른이 되고 마흔에 이르면서
가진 것은 늘어나지만,
꿈과 열정으로 타오르던 빛의 세기는 약해진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처럼,
그런 역사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사는 자신을 본다.
4~5쪽 ‘프롤로그’에서
*
남이 정해준 곳에서 성공하는 편보다는, 내가 선택한 곳에서 실패하는 편이 인생을 길게 놓고 볼 때에는 더 큰 성공이 될 거다.
30쪽 ‘꼴찌의 꿈 #2’에서
*
핑계라고 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니 마음이 더 중요하지 공부가 더 중요하냐.
니 마음이 뜨거운 게 더 중요하지 학력이 높은 게 더 중요하냐.
만약 공부라는 것이 다만 스트레스로 미치게 만드는 것이라면,
난 정반대로 신나게 놀 거야.
흐르는 대로 흐르는 물.
누가 그 물을 강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려고 하면,
난 그냥 증발해서 서울 대기 상태나 좀 더 오염시킬래.
공부를 하는 것에 의미가 있어야지......
안 하면 뒤떨어질까 봐, 혼날까 봐,
누가 시키니까 하는 거라면......
음......
난 다른 걸 알아보겠어.
나의 길을 찾아보겠어.
억지로라면, 하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너의 맘 가는 거를 해.
태어나서 꼭 해보고 싶은 일에 한 번이라도 도전해보고,
그러면서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고 하다가 죽어야 그래도 좀 의미가 있지......
남들이 시키고 제시한 것만 따라 살다가 죽으면 그걸 잘한 인생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오늘과 내일을 지나 어느 날 결국 눈감아야 할 때,
과연 인생을 제대로 살았었나 돌아볼 때,
“물론!”이라고 대답할 수 있게
지금이라도 우리의 생각을 바꾸자.
더 늦기 전에, 생각이 굳어버리기 전에,
딱딱한 어른이 되어버리기 전에!
31~33쪽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옳다는 걸 믿어’에서
*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
자기 눈에 아름답고 자기 맘에 즐거운,
자기 식대로의 삶을 꾸려가는 길이야말로 중요하다는 것 말이야.
내게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을 다른 누구와 비교하지 말고,
바로 그것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소중한 영화의 작중 배경이라고 상상하면서
(상상이 아니라 실제 현실이지)
그 세계 안에서 아름다운 스토리를 써 나가는 거야.
물론 고생을 사서 하는 때도 있을 거야.
그게 당연한 이야기라는 건 다 알잖아.
그게 없이는 스토리에 감동도 감격도 없어서 아무도 찾지 않으리란 거도 다 알잖아.
그 덕에 사람들이 너의 영화를 사랑하게 된다는 거도 잘 알잖아.
그러니 고생이란 어떻게 보면 멋진 거고, 뜻깊고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거야.
165~166쪽 ‘꼴찌의 꿈 #4’에서
*
20대가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빛나는 때였다면,
30대는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때입니다.
30대까지 왔다는 것만으로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자기에게 “괜찮아”라고 말할 자격 말입니다.
오늘까지 버티어주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또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더 이유를 늘어놓을 것도 없겠습니다.
30대여, 친구여, 괜찮습니다.
충분히 잘했습니다.
오늘까지 고생 많았습니다.
201쪽 ‘30대에게 건네는 작은, 마음의 손짓’에서
*
20대가 꿈과 패기의 시기라면,
30대는 소박함과 평범함의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때의 소박함이란 소박함 속 아름다움이요,
평범함이란 평범함 속 비범함을 말합니다.
그런 식으로, 인생의 더 깊은 차원으로 진입하는 때가 아닐까 합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20대와 멀어질수록,
“모든 것을 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면 충분하지 않은가?”로 바뀌어가는 30대입니다.
곧 자기의 작음을 알게 되는 때요,
그 작음이 ‘괜찮은 작음’임도 알게 되는 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음’이란 그냥 작음이 아니라,
작음 안에서 그 나름의 ‘큼’을 보는 시선입니다.
이것만 봐도, 우리가 나이를 허투로 먹은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작음에서 큼을 보는 시선이란, 그 시선의 소유자를 더 깊은 삶의 의미로 인도하는 통로이니까요.
그러니 그대는 ‘괜찮아’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괜찮은’ 사람입니다.
201~202쪽 ‘30대에게 건네는 작은, 마음의 손짓’에서
추천사 :
두 번째 스물을 앞둔 저자 rnr헌이 첫 번째 스물 적에 주고받았던 이메일과 인터넷에 올렸던 글들을 모아 게시판 형식의 책으로 특색 있게 엮었다. 현재의 첫 번째 스무 살들에게는 자기만의 꿈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를 살며시 안겨 주고, 저자와 같은 두 번째 스무 살들에게는 지금도 꿈이란 낱말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지 질문하게 한다. 또한, 팔팔했던 rnr헌과 삼삼할 때(서른셋)에 만났던, 이제 세 번째 스무 살을 바라보는 나 같은 어버이들에게는 자식의 꿈을 존중하여 힘을 실어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송재욱(교사, 전 부천동초등학교)
꼴찌 rnr헌의 스무 살 언저리 시간을 잠시나마 함께했다는 것이 나에겐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교사와 학생으로 만났지만, 오히려 나에게 가르침을 많이 준 학생이었다. 녀석은 꼴찌 성적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딥퍼플의 공연 티켓을 구해 즐거워하고, 시험 답지에는 노래 가사만을 꽉 채우던 괴짜 학생이었다. 짧은 교직 경력의 나는 철학도 없이, “철이 든다는 것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이다”라고 아이들을 달래며 이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그저 그런 담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 열정의 문제였다! 이 녀석을 만난 이후에는 아이들에게 당당히 말한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라! 찾았으면 후회 없이 미친 듯이 해 보거라!”
한충렬(교사, 송내고등학교)
저자 소개 :
rnr헌
학교에서 잘 잠이 남아있도록
집에서 밤을 새우고 학교로 갔다.
고2 때 처음으로 뒤에서 일등을 해보았다.
시험지 대신 OMR카드만 보고 시험을 마치곤 했다.
주관식 답안에는 기발하도록 황당한 답을 적어
서러운 가슴을 달랬다.
수능 전날 선배들 응원한다고
학교 앞에서 밤새우는 후배들과 함께 밤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남들이 하는 것을 너도 하라는 세상이라
화들짝 놀랐고, 몸서리쳤다.
‘누가 만들어준 대로 살아야 하는 인생인가?’
나만의 인생을 찾기 위한 길을 음악에서 발견,
뮤지션으로 꿈을 이루고자 시드니 길에 올랐는데
그때가 스무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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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너와 나의 이야기가 만나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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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무 살 거울엔 잃어버린 네가 산다